2007. 10. 19. 17:18

삼성 '제2의 타임머신팀' 뜬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 내에는 '타임머신팀'이라는 조직이 있었다.
각 분야의 상품, 기획, 디자인 등 우수 MBA 인력 등을 주축으로 해 1년 동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각자 준비해 제출하는 조직이었다. 2기 정도까지 운영돼다 90년대 후반 사라졌지만 삼성내 아이디어 뱅크의 역할을 했다.
10여년이 흐른 올해 삼성그룹이 5~10년 후의 먹거리만을 찾아 다니는 별동대를 만든다.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2의 타임머신팀'이라고 부를만하다.
삼성은 5~10년 뒤를 먹여 살릴 신사업 발굴을 구체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킨다고 19일 밝혔다.


◆신수종 태스크포스 구성과 역할=임원급 3명과 간부급 6~7명 등 총 10명 정도로 구성되는 TF는 앞으로 △계열사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블루오션 창출, △각사 경영진이 결정하기 어려운 중장기 사업 발굴, △사업 강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삼성은 지난 6월 각 계열사에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TF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TF를 구성하는 것은 계열사들의 작업만으로는 전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신수종 사업 발굴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만을 찾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지금 하는 사업과 상관없이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그동안 삼성이 추진했던 신사업 발굴 작업이 '그룹 내에서 찾기'였다면 TF가 앞으로 할 일은 '그룹 밖에서 찾기'가 될 전망이다.


◆태스크포스 주축-그들은 누구=신수종 사업을 찾기 위해 TF팀도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TF는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이 팀장을 맡고 임원급으로는 삼성토탈의 K전무, 삼성전자의 Y상무, 종합기술원의 K상무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원장은 삼성반도체의 공채 1기로, 삼성이 지급한 장학금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삼성 장학생'으로 낸드플래시 개발의 주역이다. 이후 종합기술원장을 맡아 삼성그룹의 미래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토탈의 K전무는 화학 분야 전문가로 관련 박사 및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받은 수재다. 그는 특히 과거 삼성과 토탈의 합작 당시 제휴 및 법인 설립의 실무를 담당했던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삼성전자의 Y상무는 삼성전자 사업운영그룹에서 전사 사업을 조율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종합기술원의 K상무는 피 몇 방울로 수십가지의 혈액검사를 한시간만에 마칠 수 있는 초소형 혈액검사기의 개발 주역으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해외 대형 M&A 주력 가능성=TF 가동으로 삼성이 M&A(인수합병)에도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국내에서 아직 하지 않는 사업을 발굴해 진출하는 과정에서 M&A가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는 M&A를 하지 않겠지만 해외 기업 중 국내에서 하지 않는 사업에서는 M&A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TF가 삼성의 오랜 고민이었던 '5~10년 뒤의 먹거리 찾기'의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