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7. 11:00

이재용, 경영 행보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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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전무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올들어 ‘독자 출장’ 늘고 계열사 人事 입김설도 솔솔… “내년 창립 70돌 맞아 본격 승계” 전망도 美 거래처 중시… 李회장과 스타일 달라 · 에버랜드 CB문제등 여론 극복 과제로

요즘 삼성그룹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확연하게 드러난 게 하나 있다. 바로 이재용 전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또 힘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삼성 사장단의 세대교체 주장도 거세지고 있고, 신세대의 CEO군(群) 발탁 등에 대한 얘기도 파다하다. 그 핵심과 정점에는 이재용 전무가 서 있다. 이 전무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그룹 전용기 편으로 중국·베트남을 다녀왔다. 삼성전자의 공식 설명은 “이 전무가 최고 고객책임자(CCO)로서 고객사 관리를 위해 출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삼성 관계자는 “이 전무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떠오르고 있는 시장인 베트남 방문을 통해 그룹의 아시아 시장전략을 구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억 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 신설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 현지를 둘러봤다는 관측도 있다. 어쨌든 간에 그가 단순한 CCO 임무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강남 삼성타운 시대 맞아 ‘이재용 시대’ 가시화 작업 본격화할 듯
이 전무는 올 들어 독자 출장 기회를 크게 늘리고 있다.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 참관을 시작으로, 유럽·중국·인도·중남미·동유럽 시장을 점검했다. 7월 과테말라에서 진행됐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활동, 4월 중국에서 열렸던 올림픽 후원 연장 계약식 때에만 부친(이건희 회장)과 함께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 ‘이재용 시대의 본격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3월 22일)은 삼성그룹(삼성상회가 모태) 창립 70주년의 해다. 동시에 태평로 시대를 마감하고 ‘강남 신사옥 시대’로 바뀌는 원년(元年)이다. 1968년생인 그는 내년에 만 40세가 된다. 그룹 관계자는 “마흔이라는 나이면, 이제 일을 맡겨도 될 시기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45세 때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그룹 내부 영향력 확대할 듯

이 전무와 부친의 스타일 차이도 조금씩 드러난다. 우선 그는 미국 거래처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소니 등 일본 회사와의 연대를 강조했던 이 회장과는 다른 방향이다. 이 전무는 지난 1월 CCO 취임 이후 미국·유럽 출장 때 애플사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를 만나 삼성전자의 기술개발 현황과 세계 IT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무는 이어 ‘3GSM 세계회의’가 열린 스페인에서 고객사인 HP·AT&T의 최고 경영진과도 만났다. 그는 미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박사(DBA) 과정을 수료했다.
계열사를 현장에서 챙기는 모습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전무는 반도체·LCD·PDP 등 장치 산업 외에도 내비게이션·블루투스 스피커폰 등 IT 기기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여름 실적이 저조했던 전자 계열사 조직 개편 때에도 이 전무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EO급 가운데 이 전무와 가까운 인사가 중용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남은 과제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가 아직 훈련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1978년 부회장으로 승진, 1987년 회장을 맡았다. 이 전무의 경우 1991년 입사 후 유학을 떠나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복귀, 올 초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그룹 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전무의 영향력 확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와 조직 개편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회장이 5년 후면 일흔이 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후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금 이재용 시대의 공식화 작업에 은밀하게 착수하는 단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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