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30. 14:51

내가 죽어도 모를까봐 - 문 열고 자는 독거노인들

image #1. 지난달 9일 서울 신당5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독거노인 이모(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이 이상한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씨의 죽음이 알려졌다. 경찰은 시체의 부패 상태로 봐 숨진 지 한 달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평소 폐결핵을 앓았다고 한다.

#2. 서울 공릉동의 단칸 셋방에 혼자 살고 있는 강모(78) 할아버지는 매서운 겨울에도 늘 방문을 조금씩 열어둔다.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모를까봐…"라는 게 이유다. 강씨는 3년 전부터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 신경통.관절염과 백내장을 앓고 있다. 매끼 식사 뒤 한움큼의 약을 먹어야 한다. 강씨는 두 딸을 두고 있지만 결혼 후 명절 때마다 거는 안부 전화 외에는 왕래가 거의 없다. 강씨는 "숨진 뒤 며칠 만에 발견되는 독거노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처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핵가족.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88만 명, 2010년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독사(孤獨死)'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고독사는 홀로 사는 노인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망 한참 뒤에 발견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독거노인은 대체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고독사의 위험을 안고 산다.

실제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모(66)씨는 숨진 지 이틀 만에 발견됐다. 우편물을 전달하러 온 이웃이 없었더라면 더 늦게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사인은 아사(餓死)로 추정됐다. 김씨는 친인척과 왕래를 끊었고 구청 노인복지관의 도움도 마다했다고 한다.

◆고독사 위험 상존하는 독거노인=보건복지부는 올해 전국 65세 이상 독거노인 14만2538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정밀 조사했다. 대상자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92%로 나타났다.평균 2.9종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건강관리나 질병 치료를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한 노인도 32%나 됐다.

image 하지만 조사 대상자 중 42.4%가 이웃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가족(자녀.손자녀.형제자매)이 한 명도 없는 노인이 7%, 가족이 있더라도 한 달에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24%였다. 이웃과 연락을 하지 않는 노인도 40%로 조사됐다. 독거노인 상당수가 응급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존엄한 죽음 맞도록 도움 줘야=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 고독사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04년 도쿄(東京)에서만 40세 이상 사망자 중 2598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6%는 일주일이 지나 발견됐다. 이 때문에 독거노인 또는 1인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스나 수도처럼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서비스의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드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들어 고독사 예방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올해 처음 독거노인을 돌보는 '독거노인 생활지도사'를 도입했다. 내년 예산에는 독거노인의 건강을 원격 체크하는 '유 케어(u-care)' 시스템을 반영했다. 그러나 고독사에 대한 통계조차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고독사(孤獨死)=혼자 사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경우다. 고독사 사망자의 대부분은 독거노인들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1970년대부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철재.강기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