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1. 08:13

다음-네이버 시장쟁탈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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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1》
네이버, 다음 격침하다

2000년 하반기. 메일과 커뮤니티를 앞세운 다음은 이전 3년간 포털 챔피언 자리에 앉아 있던 야후코리아를 끌어내고‘2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오래갈 것 같았던 정상의 영예는 채 3년을 가지 못했다. 검색서비스를 주무기로 내세운 포털 신예 네이버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한 채 2002년 하반기에 챔피언 벨트를 물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둘의 싸움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인터넷 트렌드’에 대한 포착과 대처능력이었다.

적어도 2000년 하반기까지 다음은 ‘무료 웹메일’이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잘 읽어 포털시장을 장악했다. 95년 2월 자본금 5000만원에 직원 3명 규모였던 다음은 97년 5월 ‘핫메일(hotmail)’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최초로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hanmail)’을 선보이면서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99년에는 PC통신 동호회와 차별화한 사용자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 ‘다음 카페’까지 주목받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치중했던 다음은 인터넷 유저들이‘검색’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채 네이버에 정상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네이버의 도전이 거세지기 전 소위‘잘나가던’때인 2000년 다음도 자체 검색서비스 도입을 검토한 적 있으나 카페 시장에만 전념하며 검색시장 진출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

이 때문에 네이버는 검색서비스 시장의 80%를 선점하며 다음을 물리치고 매출 1위의 포털 기업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다음은 뒤늦은 2005년에야 카페검색 등을 통해 검색 서비스 강화에 나섰지만 네이버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쉽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네이버를 1위 업체로 만든 검색서비스의 힘은 얼마나 클까.

인터넷 시장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의 78%를 네이버가 차지했다. 97년 창사 이후로 최고치다. 이는 인터넷 검색 10건 중 8건이 네이버를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검색서비스 중 특히 이용자들이 스스로 묻고 답하는 형식의 ‘지식iN 서비스’를 네이버 성장의 견인차로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 전체 검색이용량의 30%를 차지하는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많아 정보가 많아지고 정보가 많아져 이용자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지녀 정보 집중화 구조를 뛰어넘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한 네이버의 독주를 이끄는 핵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검색서비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네이버는 모기업인 NHN의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이 최근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공룡기업화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 방문하는 인터넷 유저는 1600만 명(1일기준). 이 중 900만 명이 네이버 검색창에 약 1억 건의 질문을 넣고 있다.

《Round 2》
네이버 ‘위기’ vs 다음 ‘도전’

유저들의 트렌드에 민감한 포털시장에서 영원한 1위 기업은 있을까. 그동안 인터넷 업계에선‘3의 법칙’이 있어왔다. 3년마다 포털 1위 자리가 바뀐다는 뜻이다. 지난 97년 1위였던 야후는 3년 뒤인 2000년 다음에 정상 자리를 내줬으며 다음 역시 3년이 다된 2002년 하반기 네이버에 1등 자리를 뺏겼다. 비록 네이버가 3년을 넘기기는 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전사회적인 견제 때문에 정상의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며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포털 3대 챔피언’인 네이버에 이 같은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규제가 먼저 들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네이버가 콘텐츠제공업체(CP)와의 관계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 중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고, 정보통신부 역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대형 포털의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1위 기업인 네이버를 타깃으로 한 규제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내현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은“한국 네티즌의 70~80%는 네이버가 보여주는 세상만 보게 되는 것이 문제”라며 네이버의 잣대에 맞춰진 검색결과는 자칫 정보의 왜곡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이버는 최근 무료 실시간 보안 서비스를 시행하려다 안철수연구소 등의 보안업체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모기업인 NHN마저 한게임의 웹보드 게임이‘제2의 바다이야기’로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1위 기업에 위기가 닥친다는 것은 역으로 2위 기업엔 기회가 온다는 뜻. 2위의 다음은 지금을 정상탈환의 중요한 시기로 보고 틈새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UCC 중에서도 동영상UCC에 올인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 검색시대가 가고 동영상 UCC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조치다.

다음 관계자는 “UCC는 새로운 인터넷 트렌드”라고 자신하며“현재 전체 포털에서 UCC서비스 점유율이 60%가 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다음의 대표 UCC 서비스인 ‘tv팟’은 지난 8월 기준으로 주간 순 방문자 수(UV)만 350만, 페이지뷰(PV)는 3394회를 기록했으며 포털 내 시장점유율 65%(업계 1위)를 나타내고 있다. UCC와 더불어 다음은 네이버의 주력 서비스인 검색분야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전문영역 검색’이라는 틈새를 노려 유저들을 빼앗아 온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다음은 지난 5월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 완료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CPC(클릭당 과금) 검색광고 대행사도 세계 최고의 검색 기술력을 보유한 구글로 교체하며 네이버에 ‘맞불’을 놓고 있다.

효과는 조금씩 현실화되는 듯하다. ‘동영상’‘지역’‘사전(일본어)’등 전문 영역의 검색에서 오히려 네이버를 앞지르거나 대등한 트래픽을 나타내고 있는 것.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동영상 검색에서 다음의 1인당 페이지뷰(PV)가 17.5회로 네이버의 13.5회를 앞질렀다. 또 일본어 사전의 경우 올 3월부터 사전검색에 강하던 네이버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김진욱 기자(action@ermedia.net)